다리나츠-어쿠스틱
-……나츠키치, 통기타도 있었구나.
리이나가 말했다.
나츠키는 고개를 들어 리이나의 시선이 향해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침대 옆 벽 구석에 포크 기타 하나가 세워진 채 놓여 있었다. 전에 친구가 놀러왔을 때 꺼냈다가 도로 넣어두는 것을 잊어버린 모양이다. 나츠키는 몸을 일으켜 침대 머리에 등을 기대었다. 잠에서 깬 지 30분 정도 지난 것 같지만, 계속 침대에 누워 있었더니 몸 전체가 나른했다. 입을 열자 약간 잠긴 목소리가 웅얼거리듯이 흘러나왔다.
-아, 응. 일렉 배우면서 같이 잠깐 배웠어.
-헤에- 뭔가 의외네.
-뭐가?
나츠키의 물음에 리이나는 웃으며 돌아보았다.
-통기타는 별로 록하지 않잖아.
-…너는 그 통기타도 못 치잖아.
나츠키는 약간 어이없어 하며 말했다. 리이나는 금세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 아니거든? 록하지 않아서 안 배운 것뿐이지, 일렉이라면 칠 수 있다구!
-글쎄 일렉도 딱히 잘 치는 건 아니잖아.
-으… 지금 나 놀리는 거지?
-그런가? 그러네.
-나츠키치-!
리이나는 후드만 걸친 차림으로 다가와 볼을 부풀리고 나츠키를 노려보았다. 나츠키는 털털하게 웃었다. 가끔 의도를 가지고 놀리는 건지, 대화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놀리게 되는 건지 구분하기가 힘들었다. 어느 쪽이든 익숙하지만. 나츠키는 손을 뻗어 침대 옆 선반에 놓여 있는 물을 마셨다. 혀로 입술을 적시며 바라보자 리이나가 움찔했다.
-…하지만 통기타가 록하지 않다는 말은 취소해줬으면 하는걸.
-어?
-이리 와봐.
그렇게 말하고 나츠키는 리이나의 팔을 끌어당겼다. 리이나는 엉겁결에 나츠키의 옆에 딱 붙어서 함께 침대 머리에 기대어 앉았다. 나츠키는 속옷만 입은 채 일어나 구석에 있던 통기타를 집어 들고, 다시 침대로 들어왔다. 둘이 이불 속으로 다리를 집어넣자 맨살이 스치고 발가락이 부딪혔다. 리이나는 얼굴을 붉히고 나츠키를 쳐다보았다. 나츠키는 거의 귀에 속삭일 듯이 리이나와 머리를 가까이 붙이고 말했다.
-자, 별로 크게 다르지 않아. 넥 부분을 쥐고.
-으, 응….
-내가 여길 칠 테니까.
나츠키는 기타의 사운드 홀 부분을 가리켰다.
-네가 거길 치는 거야.
-이, 이렇게?
-그래. 잠깐만.
나츠키는 리이나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올려놓고 손가락의 위치를 바꿔주었다. 그리고 줄을 튕겨 소리를 냈다.
-이게 C코드.
그리고 다시 손가락의 위치를 바꾸었다.
-그리고 이건 G.
-…가르치는 방법이 좀 성의 없는 것 같은데.
-어차피 제대로 배울 마음도 없잖아?
나츠키가 웃으며 말했다. 리이나는 민망해하는 표정을 지으며 기타 줄을 잡고 있던 손가락을 떼었다.
-자, 이렇게 하면…….
나츠키는 익숙한 멜로디를 흥얼거리며 기타를 쳤다.
-‘Rockin Emotion’의 어쿠스틱 버전이지.
-우와.
리이나는 작게 탄성을 지르더니 눈을 빛냈다.
-신기하다. ‘Twilight Sky’도 해줘!
-그래, 그건… 이런 느낌이려나.
느리고 나긋한 기타 연주가 침실 안을 채웠다. 리이나는 눈을 감고 소리에 집중했다. 평소에 자주 듣는 음악과는 다른 식으로 자신의 곡이 들린다는 것이 신기했다.
-……어때?
나츠키는 즉흥 연주를 짧게 끝내고 물었다.
-…음.
리이나는 천천히 눈을 뜨고 말했다.
-통기타도 뭐랄까… 꽤 록하구나.
-그렇지?
나츠키는 그렇게 말할 줄 알았다는 듯이 씨익 웃었다. 내가 말했던 ‘록’은 장르적인 의미는 아니지만. 아마 리이나는 그게 무슨 뜻인지 모를 것이다.
-응. 다음에 제대로 가르쳐줘, 나츠키치!
-그래, 알았어.
환히 웃는 리이나를 바라보며 나츠키는 흐뭇하게 미소 지었다.
-자, 그럼 이만 일어날까, 아니면 처음부터 한 번 더?
나츠키가 말했다. 리이나는 아직 웃음기가 남아있는 나츠키의 얼굴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그녀는 기타를 쥔 손에 자기도 모르게 힘을 주었다.
-한 번 더.
리이나가 말했다.
-처음부터 한 번 더, 부탁해.
나츠키는 다시 미소로 대답했다.
-얼마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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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씨 너무 오글거려서 죽고 ㅅㅍ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