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렴풋이 눈을 뜨니 익숙한 가죽재킷이 보인다. 시선을 조금 더 위로 향하자 고개를 숙이고 있는 누군가의 옆얼굴도.
「나츠키치……」
아주 작은 소리로 불렀던 것 같은데, 나츠키는 바로 고개를 들었다.
「아, 깼어?」
「응, 언제 왔어?」
「방금. 깨우기 미안해서」
잠이 덜 깨서 시야가 흐릿하다. 하지만 눈을 비비거나 몸을 움직여서 잠을 떨쳐버리고 싶진 않았다. 눈은 나츠키를 향해 고정한 채 입만 조금씩 움직였다.
「…네 꿈을 꿨는데」
나츠키가 눈을 약간 크게 떴다.
「그래? 어떤 꿈이었는데?」
눈이 자꾸만 감긴다. 좀 더 보고 싶은데.
「널 보고 있었어」
그 말은 왠지 한숨처럼 들렸다. 발음도 부정확하고 목소리는 뭉개진다. 나츠키에겐 제대로 들리고 있을까.
「이상하지, 꿈이면 좀 더 비현실적이어도 되잖아. 근데 그냥 널 보고 있었어. 그래서 현실인지 꿈인지 잘 몰랐는데, 꿈에서 깨어나도 네가 보이는 거야」
나는 눈을 감았다. 꿈에서 봤던 그 모습을 떠올리니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뭔가 기뻤어」
나츠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떤 얼굴일지 보고 싶어서 다시 눈을 뜨니, 그녀는 내 옆에 다가와 바짝 붙어 앉아 있었다.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이 느껴졌다. 고개를 들면 얼굴이 보일 것 같았지만, 이상하게 손가락 하나도 까딱할 수 없었다.
「좀 더 자, 다리-」
「그럴 거야」
내가 대꾸했다.
「저기, 나츠키치?」
「응?」
「내 이름 다시 불러봐」
「왜?」
「빨리」
「알았어, 다리-」
「아, 응. 그렇게」
나는 베개로 얼굴을 파묻었다. 이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네가 내 이름 불러주는 거 좋아」
「…뭘까, 오늘따라 묘하게 감성적이네, 다리」
그런가.
「정말로 좋아. 다리-하고 끝음절을 길게 끄는 거, 여운이 남아서 좋아. 네 목소리도, 발음도, 말투도……」
「……」
「듣고 있으면 기분이 굉장히 편해져」
나츠키치가 갑자기 웃는다.
「이상하네, 처음 그렇게 불렀을 땐 안 좋아했잖아」
「……」
나는 못 들은 척 했다.
「계속 불러줘」
「알았어. 그럼… 다리-」
「응」
「대답은 안 해도 돼」
「……응」
「다리-」
「……」
「…다리… 다리-」
「……」
다시 꿈 속으로 빠져드는 것 같았다. 나츠키의 모습이 보였다. 그저 보고만 있을 뿐이다. 현실인지 꿈인지, 알 수가 없다.
「……좋아해」
지금 들린 말은, 현실일까 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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