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을 가쁘게 몰아쉰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뭔가가 폐를 찌르는 듯이 아프다. 호흡할 때마다 입에서 피가 튄다. 한 발짝씩 걸음을 옮길 때마다 쓰러질 것 같다.
나는 무엇을 기대한 걸까.
그 사람을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내 과거의 객기가 부끄럽다 못해 한심해 실없는 웃음이 나왔다. 아니, 그렇게만 생각했던 것은 아니다. 설령 그 사람이 원래대로 되돌아오지 않는다고 해도, 끝까지 옆에서 지켜주겠다고 결심했다. 그건 내가 저지른 짓에 대해 치러야만 하는 당연한 업보니까. 아니면 그저 내가 죄책감에서 벗어나기 위한…….
한 번만 더 그 따뜻한 미소를 보고 싶다고 생각할 때마다, 그것조차 내 욕심인 것 같아 위가 뒤틀리듯 괴로웠다. 그녀가 정말로 힘들어할 때는 정작 알아주지도 못 한 주제에……. 그렇지만 그 애가 그렇게 된 걸 내 탓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웃기는 자의식 과잉이다.
나는 그녀에게 아무것도 아니다. 그녀가 변하기 전에도, 지금도.
산산이 부서진 벽을 통해 바깥의 흰 빛이 미끄러져 들어와 부서진 파편과 휑한 실내를 비췄다. 반은 그늘에 반은 빛에 드러내놓고 있는 그녀의 얼굴도 바닥에 아무렇게나 놓여 있는 건물의 잔해 같다. 나를 보고도 그 표정엔 어떠한 미동도 없다.
“마코토…… 지금까지의 네 노고와 충성에, 경의를 표한다.”
눈빛만큼이나 목소리도 싸늘하다. 그 때문인지 아니면 현실인지, 몸이 점점 차갑게 식어가는 느낌이 든다. 나는 허리를 감싸 쥐고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감히 더 쳐다보고 있을 수가 없다. 그 분의…… 그 애의 얼굴을.
“하루슈타인…… 각하…….”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같은 건 생각해본 적도 없다. 하지만 뭐라도 말해야겠지. 그렇지 않으면 폼이 안 날 테니까. 마왕의 부하1이 죽어가며 하는 마지막 대사 같은 건 아무도 신경 쓰지 않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극을 구성하는데 있어 꼭 필요할 것이다. 내가 뭐라고 말하든 그녀는 신경도 쓰지 않을 테고, 나도 그러길 바랐다. 나 같은 건 신경 쓰지 말고, 그저… 그저…….
……그녀는 이제 어떻게 되는 걸까? 그녀의 미래에 행복이란 게 존재할 수 있는 걸까? 물론 그 때 이후로 지금까지 그녀가 행복했던 적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희망은 있었다. 저 밖의 적들을 물리친다 해도, 적들의 손에 쓰러진다 해도…… 이제 나도, 야요이도 그녀 곁에 있어줄 수 없다……
의식이 점점 멀어지지만 않았다면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유일한 미련은……”
나란 녀석은 결국 마지막까지도-
“우주의 어둠보다도 깊은 당신의 고독을, 치유해주지 못한, 것…….”
제대로 된 진심은, 전할 수 없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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