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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하미키 12-13화 낙서 글

#애니마스 12화-13화 시점. 미키 1인칭 시점. 낙서라 두서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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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보다, 지금은 프로로서 라이브를 성공시키고 싶어.”

치하야 씨가 그렇게 말하고 나자, 딱딱했던 공기가 조금씩 풀어지며 저마다 한 마디씩 보태기 시작했다. 부자연스러울 만큼, 어색해진 분위기를 무마하려는 듯이.

, 나도 그렇게 생각해! 열심히 하자, 힘내자. 라이브, 반드시 성공시키자! 뭐 그런 말들.

나는 금방 모두를 따라 웃었지만, 조금 전 치하야 씨가 한 말이 계속 귓가를 맴돌았다. 그녀와 나만 남기고 사무소가 시커먼 그림자에 삼켜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사과 받고 싶지 않아, 사과 받고 싶지 않아, 사과 받고 싶지 않아……

아아, 어떡하지. 화나게 만들고 말았다.

 

처음 사무소에 들어와 치하야 씨를 만났을 때, 그리고 그녀의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는 지금도 선명히 기억하고 있다. 그 두 개를 구분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아마 내가 진짜로치하야 씨를 만난 순간은 그녀의 노래를 들었던 순간일 테니까. 누군가 머리를 총으로 쏜 것 같은 충격이었다. 아니, 진짜로 쐈다면 죽었겠지. 그 정도로 충격이었다는 뜻이다. 그런 노래는 들은 적이 없었다. 그런 식으로 노래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었다. 그렇게, 슬프게, 노래하는 사람은…….

그 노래가 좋았다. 알게 된 지 얼마 안 돼 무작정 다가가 친하게 굴기 시작했다.

저기, 치하야 씨. ‘치하야 씨라고 불러도 돼?”

……이미 부르고 있잖아.”

치하야 씨가 살짝 곤란한 듯이 말했다. 나는 웃었다.

아핫- 그러네. 그치만 치하야 씨가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한다면, 안 할 거야.”

나는 그 때 어쩐지 그녀를 시험하는 기분이 들었다. 사실 허락해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 했지만.

……마음대로 해.”

정말? 정말이지, 치하야 씨? 고마운 거야!”

존경.’

누군가에게 그런 감정이 든 것은 처음이었다. 나와 비슷한 나이의 여자애한테는 더더욱. 나는 굳이 다른 사람을 존경할 이유가 없었다. 어릴 때부터 누구나 내가 얼마나 예쁜지, 얼마나 재능이 있는지 말해주었다. 부모님도, 친구들도, 선생님들도. 미키는 정말 대단하구나. 미키는 정말 예쁘고, 춤도 잘 추고, 노래도 잘 불러…….

그런 것들이 점점 지겹다고 느껴질 때쯤, 사람들은 내가 너무 게으르다고 말하고 있었다.

치하야 씨를 치하야 씨라고 부르고 싶어. 그건 말이지, 존경한다는 의미야.”

내가 직접적으로 그 감정을 드러낼 때마다 치하야 씨는 당황하곤 했다. 그런 모습을 보는 게 좋았다. 내가 이 사람의 차가운 돌덩이 같은 가슴 안으로 들어가서, 조금이라도 그 감정을 흔들어놓을 수 있다는 사실이 순수하게 기뻤다. 그게 정말로 별 것도 아니라는 건 나중에야 깨달았지만.

치하야 씨가 허락해줘서 기뻐. 의미를 담는다는 건 중요한 거야. 그렇지 않을 때랑 전혀 그 무게가 다르니까.”

……마음대로 해.”

마음대로 해, 마음대로 해, 마음대로 해…….

몇 번이고 속으로 되뇌었다.

치하야 씨, 치하야 씨, 치하야 씨…….

나는 치하야 씨를 존경하고 있다.

그녀의 노래를 좋아한다. 그녀만이 부를 수 있는 그 음색과, 감정들을, 그렇게 재능이 넘치면서 노력과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는 점도. 다른 사람의 칭찬이나 비난은 신경 쓰지 않는 태도도. 나는 절대로 그렇게 못 하겠지.

그렇기 때문에, 화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사과 받고 싶지 않아.”

노골적으로 차갑고 딱딱한 말투. 경멸하는 듯한 시선. 아니면 그저 내 착각인 걸까. 누군가 심장을 바늘로 찌르는 듯 아팠다. 아니, 진짜로 찔렀다면 죽었겠지, 그 정도로……

괴로웠다는 뜻이다.

 

하아, 하아, 하아…….

커다란 박수와 환호성이 고막을 때린다. 불타는 듯 눈부신 조명 때문에 눈이 아프다. 누군가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손을 흔들어 간신히 웃어 보였다. 안 되지, 안 돼. 아무리 괴로워도, 무대 위에서는 계속 웃어야 해. 아이돌이니까. , 미키는 반짝반짝한 아이돌이니까.

마지막까지 팬들을 향해 웃으며 손을 흔들어주고, 무대에서 내려왔다. 가빠진 호흡이 진정되질 않았고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쓰러질 것 같았다. 마코토 군과 히비키는 반대쪽으로 내려간 건지 보이지 않았다. 어떡하지, 더는 움직일 힘이……

누군가 앞에서 다가오는 것을 느끼고 멍한 기분으로 고개를 들었다. , 치하야 씨다. 언제나처럼 꼿꼿한 자세로, 딱딱하고 차가운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다.

나를 보고 있다.

호흡이 가라앉질 않는다. 지금, 땀투성이에 머리 모양도 메이크업도 엉망이겠지. 어떡하지, 이런 모습은 보여주고 싶지 않은데-

……대단했어, 미키.”

……치하야 씨……?”

이번엔 내 차례네.”

치하야 씨는 그렇게 말하고 나서, 긴 머리를 휘날리며 무대 위로 올라섰다. 천천히 몸을 돌려 그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조금씩, 얼굴 위로 희미하게 웃음이 번져 나오는 게 느껴졌다. 치하야 씨가 보이지 않게 된 뒤에도, 계속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대단했어, 미키. 대단했어, 미키. 대단했어, 미키……

인정받았다. 내가 그토록 존경하는 치하야 씨가, 나를 대단하다고 말해 주었다. 화나게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괜찮겠지. 나를 대단하다고, 말해 주었으니까……. 그걸로 된 거겠지. 웃어도 되는 거겠지.

나는 치하야 씨를 존경하고 있다.

아니, 어쩌면…… 사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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