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나츠 클럽 AU...라기엔 좀 미묘한 AU입니다...
+++캐릭터 나이 플러스 2(리이나-19, 나츠키-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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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러워, 더워, 숨 막혀, 어지러워, 다리 아파, 시끄러워…….
리이나는 계속 감고 있던 눈을 뜨고, 귀를 틀어막고 있던 손을 내린다. 영화나 드라마 속 페이드 인 장면처럼, 천천히 주변 상황이 눈으로, 귀로, 피부로 뚫고 들어온다. 고막을 울리는 커다란 함성 소리, 온통 깜깜한 어둠 속에서 정신 사납게 흔들리는 조명과 사이리움, 무슨 소린지 알아듣지도 못할 어지러운 멜로디들이 순식간에 섞여 들어온다. 눈이, 귀가, 머리가 아파서 괴롭다. 울고 싶다.
역시 오는 게 아니었어, 그것도 혼자서.
리이나는 다시 눈을 감고 귀를 막으며 생각한다. 난생 처음으로 온 라이브 클럽에서, 자신은 제일 뒷자리에서 눈과 귀를 막은 채 어정쩡하게 서 있다. 리이나를 아는 누군가가 본다면 한심하다고 비웃을 수밖에 없는 모습이다. 평소의 그녀는 항상 자신감에 차서 하드 록과 메탈 음악에 대해 잘 안다는 듯이 떠드는 사람이었다. 리이나는 그런 자신을 떠올리자 창피하고 분해서 입술을 깨물었다. 한 시간 째 계속 같은 자리에 서 있어서 다리가 아프기도 했지만, 무너진 자존감 때문에 더욱, 그 자리에 쭈그려 앉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여기서 그랬다간 사람들한테 밟혀 죽을지도 몰라, 리이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두 다리에 힘을 주었다. 이제 공연이 끝날 때까지 몇 시간이나 남은 걸까…….
클럽 안에는 좌석이 없었고, 관객들은 모두 일어선 채로 춤을 추거나 뛰면서 공연에 호응하고 있었다. 입구 쪽에 서 있는 리이나에게는 무대조차 보이지 않았고 음악 소리도 멀리서 이상하게 웅웅거리는 것처럼 들렸다. 처음 들어왔을 땐 사람들 사이를 뚫고 앞으로 가보려고 했지만, 인파 속에서 도로 튕겨져 나오기를 몇 번 반복한 후 그것도 포기해버렸다. 이제 이렇게 바보처럼 가만히 서서 공연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힘들고 괴롭지만, 밖으로 나가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것만큼은 하고 싶지 않다. 도망치는 짓만큼은.
이번 곡이 끝난 건지, 사람들이 클럽 벽이 무너질세라 함성을 지른다. 리이나가 비틀거리며 서 있는 자세를 조금 바꾸는 순간, 귓가에서 어떤 목소리가 들렸다.
“이봐, 괜찮아?”
그리고 누군가 팔을 세게 움켜쥔다.
리이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목소리가 들린 쪽을 쳐다보았다. 조명의 위치 때문에 그림자에 가려져, 상대의 얼굴은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목소리는 똑똑하게 들린다. 인상적인 목소리다. 허스키하고, 힘이 실려 있으면서도 부드러운, 따뜻한 목소리. 자기도 모르게 더 듣고 싶다고 생각하는 순간, 여자(목소리만 들으면 아마도)가 다시 입을 연다.
“어디 아파? 아까부터 쓰러질 것 같아 보이던데.”
“아…… 아니, 응.”
당황스러워서 더듬거리며 대답한 뒤, 얼굴이 달아오르는 게 느껴졌다. 클럽 안이 어두워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괜찮아. 좀 더워서.”
“……정말로 괜찮아?”
여자가 걱정스러운 듯이 말한다.
“너, 제대로 공연을 즐기고 있는 거 맞아? 전혀 즐거워 보이지 않는걸.”
“그…… 건.”
리이나는 고개를 숙였다가, 어쩔 수 없이 솔직하게 대답한다.
“여기선 무대가 잘 보이지 않는걸. 음악도 제대로 안 들려…….”
잠시 뒤, 팔을 쥔 손에 힘이 실리는 게 느껴졌다.
“그럼 앞으로 가자.”
“어?”
놀라서 고개를 들어 상대를 쳐다본다. 여전히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아니야, 됐어……. 여긴 사람이 너무 많고, 또…….”
“사람들을 피해 갈 수 있는 길을 알고 있어. 따라와.”
그녀는 그렇게 말한 뒤 천천히 리이나의 팔을 쓸어내리다가, 손을 찾아내고 힘주어 잡는다. 리이나는 하도 오래 서 있어서 그만 쓰러질 뻔 하다가, 저리고 떨리는 다리에 간신히 힘을 주었다. 천천히 그녀가 이끄는 쪽으로 몸을 움직인다. 조명의 위치가 바뀌어 빛 속에 드러난 그녀의 뒷모습을 보자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진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오늘 처음 만난 상대를 따라가고 있다. 뭔가에 홀린 듯이.
“자, 다 왔어.”
그녀의 말에 멍해져 있던 리이나는 정신을 차렸다. 정말로 무대 바로 아래 서 있다. 어떻게, 어디로 얼마나 걸어왔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순간이동이라도 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얼떨떨해진 리이나를 여자가 뒤돌아본다. 그제야 얼굴이 똑똑히 보였다.
……어디서 본 것 같은 얼굴이다.
“그럼, 이번엔 확실히 즐기라고.”
여자는 그렇게 말하며 씨익 웃고는, 무대 위로 올라선다. 리이나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쳐다본다. 기타를 들고, 마이크를 잡은 저 포즈는…… 분명히, 공연 포스터에서 봤던 모습이다. 리이나는 자기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킨다. 그것이 신호인 양 음악이 터져 나온다. 바로 그녀에게서.
“뭘로 할래?”
“아…… 마티니로.”
“너 술 마실 수 있어?”
“당연하지, 열아홉 살이야.”
“헤에- 더 어릴 줄 알았는데.”
자신을 ‘키무라 나츠키’라고 소개한 여자는, 웃으면서 ‘그럼 나도 같은 걸로’ 라고 바텐더를 향해 말한다. 두 사람은 공연이 끝난 후 클럽 2층에 있는 바(BAR)로 올라와 나란히 앉아 있다. 정확히는 나츠키가 리이나를 다시 끌고 온 것이지만. 리이나는 그녀가 방금 전까지 무대 위에 서 있던 사람이라는 게 현실감이 들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히, 같은 모습이다.
“……굉장하더라, 너.”
“아하하, 고마워.”
“나야말로 고마워. 가까이서 볼 수 있게 해줘서.”
“흐음.”
나츠키는 테이블 위에 팔꿈치를 짚은 채, 리이나를 쳐다보며 말한다.
“공연 도중에 들어왔어?”
“아…… 응.”
“다음부턴 일찍 들어와서 자리를 잡아놓는 게 좋아. 이런 데는 표가 있는 것도 아니니까.”
“그…… 그렇지, 알고 있어. 조금 사정이 있어서.”
나츠키가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게 느껴지자 리이나는 황급히 고개를 돌린다.
“이런 데 처음이야?”
“아, 아니야!”
발끈해서 말하는 순간 바텐더가 다가와 술잔을 내민다. 리이나는 재빨리 그것을 한 모금 마시고, 화제를 돌리려는 듯 가볍게 질문을 던진다.
“넌 몇 살이야?”
“너보다 한 살 많아.”
“헤에- 더 많을 줄 알았어.”
그 말에 나츠키는 술을 마시다 쿡 하고 웃는다. ‘한방 먹었는걸.’ 하고 웃으며 말하는 나츠키를 리이나는 멍하니 바라본다. 술기운 때문인지 몸에 점점 열이 오르는 게 느껴진다.
두 사람은 옆자리에 앉은 채 계속해서 대화를 나눴다. 가끔 나츠키의 친구나 지인이 다가와서 말을 걸면, 그녀가 리이나에게 소개해주기도 했다. 리이나는 그럴 때마다 어색하게 인사하면서, 나츠키가 이 클럽에서 꽤 인기 있는 인물이라는 걸 눈치 챌 수 있었다. 하긴 그런 공연을 할 정도니까. 어쩐지 가슴이 답답해져서 술을 계속 시켰다. 그녀가 네 잔째 술잔을 비울 때쯤, 나츠키가 말했다.
“너무 많이 마신 것 같은데.”
“하? 이 정도는 괜찮아.”
“너 집이 어디야?”
“여기서 금방이야, 걱정하지 마.”
나츠키는 바텐더와 눈이 마주치자 작게 한숨을 쉬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리이나의 팔을 툭 친다.
“슬슬 나가지 않을래?”
“아…… 응, 그래야지.”
리이나는 그렇게 말하고 비틀거리며 나츠키를 따라 일어난다. 그녀의 몸이 넘어질 듯 기울자 나츠키가 재빨리 받쳐준다. 리이나는 고개를 들어 나츠키를 올려다본다. 피부가 맞닿자 자신의 몸이 얼마나 뜨거운지 깨닫는다. 그게 부끄러운지도 모르겠다. 그저 멍 하니 나츠키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자, 더욱 뜨거워지는 것 같다.
“조심해.”
나츠키는 속삭이듯 그렇게 말하고, 리이나를 부축한 채 천천히 클럽 입구 쪽으로 걸어갔다. 그러는 동안, 리이나는 사람들의 시선이 등에 날아와 박히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밖으로 나가자 곧바로 차가운 밤공기가 덮치며 열이 오른 피부를 조금 식혀주었다. 그 느낌이 기분 좋아서 리이나는 환히 웃었다. 나츠키 역시 그런 그녀를 보며 잠시 웃다가, 손을 잡고 어디론가 걷기 시작했다.
리이나는 반은 자기 의지로, 반은 나츠키에게 의지해 기분 좋게 걸어갔다. 그녀가 눈을 감은 채 웃으며 말했다.
“나츠키치…… 오늘 정말 고마웠어.”
‘나츠키치’는 뭐야, 나츠키는 속으로 웃는다. 취했구나.
“아까 그 클럽, 다음에 또 올 거지?”
“당연하지.”
리이나가 나츠키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한다.
“넌?”
“나는 거의 매일 가.”
“그렇구나…… 또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응, 나도.”
그러고 나서 잠시 대화가 끊겼다. 차가운 바깥바람을 쐬며 걷자 리이나는 점점 정신이 맑아지는 게 느껴졌다. 그런데,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시야가 어두워 주변이 잘 보이지 않았다. 잠시 뒤, 나츠키가 먼저 말을 꺼낸다.
“너희 집 여기서 가깝다고 했지?”
“응, 그런데……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어.”
리이나는 나츠키에게서 몸을 떼고 비틀거리다 머리를 세게 흔든다.
“어떡할래? 막차도 끊겼고, 이 주변에 택시는 거의 오지 않아.”
“아…… 그럼…….”
리이나는 몽롱한 기분으로 주변 거리를 둘러보았다. 현란하고 화려한 색색의 불빛들이 눈에 들어온다. 어쩐지 이상하게 전체적으로 붉다. 자신이 어떤 거리에 들어왔는지 깨닫자 천천히 얼굴이 붉어진다. 뒤돌아서 나츠키를 바라보자 눈을 가늘게 뜬 채 웃고 있다. 그녀가 담배를 하나 꺼내 입에 물고 말했다.
“혹시 너만 괜찮다면, 이대로 같이 호텔로 가는 게 어떻겠냐는 말이었는데.”
담배에 불이 붙는다.
“아니면 무슨 말인지 알면서, 돌려 거절한 건가?”
“아…… 그렇지. 당연히, 알고 있었어.”
우물쭈물하며 대답한다. 거리의 불빛만큼이나 얼굴이 빨개진다. 나츠키는 그런 리이나를 말없이 바라보며 담배를 길게 한 모금 빨아들이고, 뱉는다. 뿌연 담배 연기가 바람에 흩어진다. 리이나는 나츠키를 바라본다. 담배가 그녀의 입술에서 손가락으로, 손가락에서 다시 입술로 장난치듯 이리저리 움직인다. 그것을 멍하니 눈으로 쫓다가, 리이나는 천천히 말한다.
“……다시 생각해보니까, 괜찮은 것 같아. ……호텔.”
나츠키는 그 말을 듣고 웃더니, 담배 연기를 입에 머금었다가 다시 뱉는다. 담배는 그녀의 입에서 손가락으로 옮겨갔다가, 바닥으로 천천히 떨어진다. 신발 굽에 짓이겨져 불이 꺼진다. 완전히.
“좋아, 가자.”
나츠키가 담배를 쥐고 있던 손을 내민다. 열이 남아 있는 손가락이 제 것과 스치자, 리이나는 약간 흠칫 한다. 그것을 어설프게 쥐고, 천천히 그녀가 이끄는 쪽으로 몸을 움직였다. 건물과 사람들 사이를 스쳐 지나가는 나츠키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자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진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오늘 처음 만난 상대를 따라가고 있다. 뭔가에 홀린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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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쓸까...말까....
홀리긴 내가 홀린 것 같다 다리나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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