겟산마스 7~8화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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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이에게.
안녕, 미라이. 거의 매일 보는데 편지를 쓰려고 하니 좀 쑥스럽네. 요즘은 자주 못 봤지만…… 너도 알겠지만 학교 축제가 얼마 안 남아서 학생회 일 때문에 바쁘거든. 그래도 시어터에 가는 날은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늘은… 내가 다른 일이 좀 있어서 일찍 집에 가야 했어. 미안.
정기 라이브 이후로 계속…… 널 만나서 얘기하고 싶은 게 있었어. 직접 만나서 얘기하는 게 좋을 것 같았지만, 그러기는 힘들 것 같아서 이렇게 편지를 쓰는 거야. 용기가 없다고 해도 할 말이 없네……
우선은, 저번 정기 라이브 때 날 대신해서 무대에 서준 것 진심으로 고마워. 프로듀서랑 츠바사, 시어터의 다른 동료들 모두 네가 정말 잘 했다고 얘기하더라. 이걸로 너도 데뷔하게 됐으니 정말 잘 됐어. 축하해.
나 말이지, 사실은…… 그 얘길 들었을 때 순수하게 기쁘지만은 않았어. 왜냐하면……
거기까지 쓰고 나서 시즈카는 펜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시선을 맨 윗줄로 옮겨 자신이 쓴 글을 속으로 빠르게 읽어보았다. 철자가 틀린 부분은 없나, 어색한 문장은 없나 꼼꼼히 확인한 후 다시 펜을 들었다. 그러나 뒤이어 뭐라고 더 써야 할지 생각이 막히고 말았다. 편지지를 반장도 다 채우지 못 했음에도 불구하고 종이는 지웠다 다시 쓴 흔적이 가득해 보기 지저분했다. 우선 여기에 다 쓴 후 나중에 깨끗한 종이에 옮겨 적어야겠다고, 시즈카는 한숨을 쉬며 생각했다.
왜냐하면…… 솔직히, 질투가 났기 때문이야.
시즈카는 양 팔꿈치를 책상 위에 올려놓고 두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솔직한 마음을 글로 써내려가는 건 생각보다 훨씬 더 힘든 일이었다. 자신만 보는 일기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보여줄 편지니 더더욱 그랬다. 미라이가 이걸 읽으면 무슨 생각을 할까. 상상하는 것만으로 얼굴이 붉어졌다. 나에게 실망할지도 몰라. 아니, 미라이니까 괜찮을지도. 아니, 역시…….
……굳이 솔직한 마음을 쓸 필요가 있을까? 그냥 고맙다고, 축하한다고만 써도 괜찮을 것이다. 하지만 그 정도 말이라면 직접 얼굴을 보거나 문자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솔직한 마음을 전하기 위해 편지를 쓰겠다고 결심한 건 자신이었다.
자기 대신 다른 사람이 무대에서 활약했는데 실실 웃을 수 있는 쪽이 더 이상해.
우린 라이벌이니까.
시호가 그렇게 말하며 등을 떠밀어 주긴 했지만, 그건 시호가 자신과 비슷한 부류라서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여전히 남들에게, 특히 미라이에게 이 생각을 내보인다는 건 부끄럽게 느껴졌다.
미라이는 나랑 전혀 다른 타입이니까.
시즈카는 책상 위에 엎드렸다.
“시즈카, 들어간다.”
갑자기 그 말이 들리더니 시즈카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방문이 벌컥 열렸다. 시즈카는 재빨리 몸을 일으켰다. 어머니는 책상 앞에 있는 시즈카를 보자 바로 눈살을 찌푸렸다.
“이 시간까지 안 자고 뭐 하니?”
“아, 그게…….”
시즈카는 시계를 확인하고 당황해서 말을 더듬거렸다. 편지만 쓰고 잘 생각이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시간이 지나 있던 것이다.
“금방 잘 거예요. 축제 때문에 바빠서 숙제를 아직 못 끝냈거든요.”
시즈카는 스스로도 궁색한 변명이라고 생각하며 그렇게 둘러댔다. 그러나 그 말이 어머니의 심사를 더 거슬리게 한 모양이었다.
“그러면 안 되지. 할 일은 제대로 다 해내고 나서 축제든 뭐든 준비해야지. 아무리 네가 학생회 위원이라고 해도 말이다.”
“네… 죄송해요.”
시즈카는 고개를 숙이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축제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너 혹시 무슨 공연 같은 거 하니?”
어머니가 물었다.
“네? 아니요, 이번엔…… 우동 가게를…….”
“그래? 잘 됐다. 어차피 네 아빠랑 나 둘 다 그런 거 안 좋아하니까, 한다 해도 보러 가지 않을 테니.”
“…….”
“시즈카, 몇 번이나 말했지만 학생회 일을 하면서 시어터에서 아이돌 레슨까지 받는 건 너한테 너무 부담이지 않니? 요즘도 계속 피곤해 보이고 늦게 자는 것 같던데. 얼마 전엔 쓰러지기까지 했고.”
“그건…….”
“네가 그렇게 하고 싶다고 해서 하는 일이니 다른 데에서 실망시키지 말아줬으면 좋겠구나. 네 아빠도 그렇게 생각하신다.”
“……알겠어요.”
시즈카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어머니는 잠시 시즈카를 바라보다가 작게 한숨을 쉬고, 일찍 자라는 말을 끝으로 방을 나갔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 그제야 시즈카는 어깨에 줬던 힘을 빼고 침대 위로 풀썩 몸을 던졌다. 부모님과 대화할 때는 늘 긴장하게 된다. 잠시나마 축제 일에 관심을 가져주시는 건가 하고 생각했던 자신이 우스워서 피식 웃어버렸다.
자신이 긴장하지 않고 대화할 수 있는 어른이라고 해봐야 시어터의 동료들, 그리고 프로듀서뿐일 것이다. 프로듀서는 좀 못미덥긴 하지만, 그래서인지 다른 어른들보다는 편하게 대할 수 있었다. 그리고 가끔은 꽤 의지가 되기도 하고, 시즈카는 속으로 생각했다.
……프로듀서가 미라이를 자기 대신 무대에 보낸 건 프로듀서 나름대로 확신이 있어서 그랬던 건지도 모른다. 미라이는 댄스도 노래도 완전히 초보지만, 그 애의 활기찬 모습은 무대 위를 밝히는 뭔가가 있었다. 츠바사도 그렇고, 자신에게는 없는 ‘아이돌다움’이랄까. 하루카 선배와 약간은 닮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부럽다. 자신에게 없는, 자신이 가지고 싶은 것을 가지고 있으니까. 자신이 10년이나 고민하고 결심한 꿈을 미라이는 단 하루 만에 정해버렸다. 얼핏 생각하면 가볍고 단순하게 보일지도 모르지만, 그런 점이 부러웠다.
부러워.
시즈카는 침대 위에 누운 채 눈을 감았다 떴다. 미라이를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자신의 마음이 더 뚜렷하게 잘 보이는 것 같았다. 그것은 더 이상 전처럼 탁하고 흐릿하지 않고 밝고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부럽지만, 그런 미라이를 좋아하고 있다.
시즈카는 침대에서 일어나 책상 앞에 앉았다. 그리고 다시 펜을 들어 지금 떠오른 생각을 단숨에 적었다.
왜냐하면…… 나는 미라이를 라이벌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시즈카는 그 문장을 소리 내서 읽은 후 싱긋 웃었다. 이 말을 들으면 미라이는 정말로 무슨 생각을 할까. 기대되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는 마음으로 다음 문장들을 술술 써내려갔다. 빨리 끝내고 일찍 자야지, 내일은 축제 관련 학생회 회의도 있어서 바쁠 것이다. 끝나면 바로 미라이에게 가서 이 편지를 건네주고 화해해야지, 그리고 말하는 거다.
‘고마워, 그리고 데뷔 축하해, 미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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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산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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