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
================================================================================
날씨가 풀려 기온이 올라간 만큼 나른하고 기분 좋은 토요일이었지만, 이 날 765 시어터는 이른 오전부터 시끄러웠다.
“……그 날은 나랑 같이 야구 경기 보러 가기로 했잖아!”
“아니, 하지만 이번엔 정말로 중요한 시합이란 말이야.”
“뭐야, 그게! 나랑 먼저 약속했으면서!”
“나도 날짜가 겹칠 줄은 몰랐지!”
사무소 소파에 앉아 마주보고 있던 스바루와 노리코가 저마다 목소리를 높여 한 마디씩 주고받고 있었다. 지켜보던 다른 몇몇 아이돌들은 걱정스러운 듯이 서로 힐끔거렸다. 결국 가장 가까이에 있던 우미가 다가가서 말을 걸었다.
“자자, 둘 다 왜 그래? 평소엔 그렇게 사이좋으면서.”
“다음 주 일요일에 같이 야구 보러 가기로 전부터 정해놨는데, 노리코가 갑자기 못 가겠다잖아. 표도 이미 다 구해놨는데!”
스바루가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노리코는 눈을 질끈 감더니 한숨을 쉬었다.
“갑자기가 아니야, 그 때는 날짜를 확실히 몰라서 그렇게 말했던 거라고……. 나는 그 날 중요한 격투기 시합을 예약해놨단 말이야. 스바루도 참, 미리 말해줬어야지.”
“뭐야, 그럼 내 탓이라는 거야?”
“자자, 두 사람 다 진정해!”
우미가 진땀을 빼며 말했다. 그녀는 원래 싸움을 말리는 역할과는 통 거리가 멀었다. 이럴 때는 미나코나 나오가 있으면 좋을 텐데. 우미는 그렇게 생각하며 잠시 고민하다가, 문득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 손가락을 튕겼다.
“그럼 스바루, 야구는 나랑 보러가는 게 어때? 나, 야구도 좋아하니까.”
“어?”
“그럼 스바루는 야구를 보러 갈 수 있고, 노리코는 격투기를 보러 갈 수 있고, 해결이잖아.”
그 말에 스바루와 노리코는 약간 당황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스바루는 노리코와 눈이 마주치자 안 그래도 사나운 눈매를 더욱 찌푸리더니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그리고 우미를 향해 말했다.
“좋아, 그렇게 하자. 고마워, 우미.”
“에헤헤, 나야 뭐-”
“티켓 값은 4천 엔이야.”
“어…… 응?”
우미가 곤란한 얼굴로 지갑 안을 들여다보고 있는 동안, 스바루는 노리코 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등을 꼿꼿이 편 채 앉아 있었다. 앞으로 며칠간은 말도 안 걸겠다는 듯한 기세였다. 노리코는 그 뒤에서 무겁게 한숨을 쉬었다. 이거 이거, 단단히 삐쳤구만.
물론 날짜를 제대로 확인해보지 않고 대뜸 약속부터 한 자신에게도 잘못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번 시합은 못 보면 분명 후회할 거라고. 노리코는 그렇게 생각하며 살며시 입술을 깨물었다. 우미의 말대로 평소에는 무척 사이가 좋아 거의 친동생처럼 생각하고 있는 스바루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럴 땐 어떻게 달래줘야 할지 더욱 난감했다. 스바루는 어린애 같은 구석이 있어서 한번 삐치면 풀어주기가 쉽지 않았다.
“저기, 스바루.”
노리코가 가만히 스바루를 불러보았지만 그녀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노리코는 오기가 생겨서 그녀가 반응을 하든 말든 계속 말하기로 마음먹었다.
“스바루.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다음엔 꼭 같이 갈 테니까 화 풀어. 응?”
“……다음에 언제?”
스바루가 심통이 난 목소리로 말했다.
“다음에도 이런 일이 생기면 노리코는 격투기 시합을 보러 갈 거잖아. 결국 나랑 한 약속보다 다른 게 더 중요한 거지.”
그렇게 말하는 스바루의 말투도 대사도 마치 애인에게 화가 난 여자 같다는 생각이 들어 노리코는 웃음을 참으려 애썼다.
“그건 어쩔 수 없잖아. 스바루도 입장 바꿔서 생각해봐. 나랑 약속을 한 날에 중요한 야구 경기가 있다면, 뭘 선택할 건지.”
“그, 그건…….”
노리코의 말에 스바루는 당황해서 우물거렸다. 노리코는 이제 괜찮겠지, 하는 생각에 슬며시 참고 있던 웃음을 얼굴 위로 흘려보냈다.
“스바루는 야구를 좋아하고, 나는 격투기를 좋아하지. 우리 둘 다 그게 어떤 마음인지 알고 있잖아, 그렇지? 난 스바루도 좋아하고 야구도 좋아하지만, 격투기를 좋아하는 마음은 그거랑은 다른 거야. 스바루가 야구를 좋아하는 것처럼.”
“…….”
스바루는 잠시 뭔가 생각하는 듯 시선을 멍 하니 한 곳에 고정시켰다. 노리코는 참을성 있게 그녀가 먼저 입을 열길 기다렸다.
마침내 스바루가 말했다.
“……다음엔 꼭 같이 가기야.”
“응, 뭐. 시합이 없는 날이라면.”
“그리고 하나 더.”
스바루는 자세를 바꿔 소파 위에 올라앉은 채 노리코에게 바싹 가까이 다가갔다. 얼굴에 홍조를 띄운 채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이 무척 귀엽다고, 노리코는 자기도 모르게 생각했다.
“다음에 투어링 갈 때, 같이 데려가줘.”
스바루의 말에 노리코는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그 정도야 뭐, 얼마든지.”
============================================
'free > writ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라시즈 짧은 글 (0) | 2016.01.27 |
---|---|
시즈시호-싫은 사이 (0) | 2016.01.19 |
[줄리츠바] 겟산마스 13화 망상 글.. (0) | 2015.11.30 |
트라프리-카렌 시점 (0) | 2015.11.27 |
다리나츠-홀림(클럽AU) (0) | 2015.11.27 |